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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평양냉면이 뭔데, 이북식 료리점 5

슴슴한 맛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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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몇 년쯤 되었을까. 누군가의 스토리에 올라오는 맑고 깨끗한 국물의 그 음식은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슴슴함’ 그 자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평양’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어 있는 이들은, 오로지 그 음식이 주는 정갈하고 무해함에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것일까. 거기에 소주까지 얹어 완성한다는 코스는 필자의 입맛으로는 아직까지도 어려운 문화다. 내부의 메뉴판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알 수 있는 만둣국과 닭개장. 더 나아가 ‘료리점’마다의 특색이 돋보이는 ‘어복쟁반’부터 ‘가릿국밥’까지, 이북식으로 즐기는 새로운 맛의 향연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본문을 확인해 보자.


청안식탁 닭개장 – 서대문구 충정로4길 21
상호의 ‘푸를 청’에 ‘언덕 안’. 청이라는 한 글자에 자녀들의 이름을 담고 집에서 먹는 느낌을 선사하고자 ‘언덕 안’자를 택한 ‘청안식탁’의 주력 메뉴는 ‘닭개장’이다. 보통의 닭개장이라 함은 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담백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조금 더 감칠맛 나는 국물을 원한다면 한쪽에 자리한 다진 양념을 조금 풀어보자. 2년 동안 숙성시킨 고추장을 추가할 수 있어 자극적인 취향에 가까운 입맛이라면 환영할 옵션.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저녁 무렵, 엄마의 품이 그리운 기러기 서울러에게 열려있는 그곳. 청안식탁의 뽀얀 닭개장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봉산옥 만두전골 – 서초구 반포대로8길 5-6
남부터미널 역의 5번 출구를 따라 걷다 보면 자리한 ‘봉산옥’. 미쉐린 가이드에 4년 연속 노미네이트되며 벽면을 차지한 엠블럼은 봉산옥 자체를 증명하는 마패인 듯하다. 이북식 음식을 하는 곳엔 어디에나 존재하는 메뉴지만, 황해도 봉산골에서 차려주는 만두전골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황해도식 만두는 채소를 많이 넣고 고기를 적게 넣는 것이 특징이다. 기름기만 쏙 걷어낸 국물처럼, 맑은 고기 육수와 큼직한 반달 모양의 만두가 더해진 전골은 슴슴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환영할 메뉴. 계절마다 인기 있는 메뉴가 달라지는 봉산옥이지만, 변하지 않는 오리지널리티라면 ‘오징어순대’도 빼놓을 수 없다.


반룡산 가릿국밥 –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1층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한다면 이곳은 ‘함흥냉면’의 태양이 떠올라 있는 곳. 함흥식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반룡산’에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가릿국밥’이다. 가리는 갈비를 칭하는 함경도 사투리로,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낸 국물의 국밥이다. 대파와 두부, 무와 선지가 일궈낸 국물의 맛은 정갈함 그 자체. 기호에 따라 구비된 양념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맛을 더하는 걸 추천한다. 죽죽 찢은 양지살이 소고기뭇국을 연상케 하고, 폐부까지 데워줄 깔끔한 국물까지. 사장님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가자미식해’를 국밥에 얹어먹는다면, 그야말로 반룡산의 축복이 끝이 없을 것이다.


처가집 찜닭&메밀막국수 – 중구 동호로11가길 22
빛바랜 약수역의 뒷골목에서, ‘찜 닭, 막 국 수, 만 두’ 이 세 단어로 완성된 파란 간판을 찾아야 한다. 분명 서울에 계시지 않았음에도, 할머니 집에 온듯한 ‘처가집’의 정감은 원 앤 온리. 마당에 자리한 체리색의 식탁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방문객을 환영한다. 과하게 멋부리지 않은 백숙 같은 찜닭. 손 반죽으로 메밀을 내는 주인 할머니의 메밀막국수의 조합은 가히 완벽하다.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곳의 ‘처가집’은 가까워야 좋을 듯하다. 막국수 맛집이 많은 약수동의 비밀 중 하나, ‘진남포면옥’과 ‘만포막국수’는 한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 두 군데를 모두 들러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각각의 맛을 즐겨봐도 좋겠다.


진미평양냉면 어복쟁반 – 강남구 학동로 305-3
미쉐린 가이드는 ‘진미평양냉면’을 ‘20년 냉면 장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맛’으로 평가하며 이곳의 평양냉면을 주목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메뉴는 ‘어복쟁반’. 한 그릇의 어복쟁반을 같이 들면 서로에 대한 적대감도 풀린다는 음식으로, 편육을 놋쟁반에 내놓던 평양의 향토음식이다. 언뜻 보기엔 고기가 보이지 않고, 채소가 많아 보이는 국물요리. 그러나 한소끔 끓여 사장님의 도움을 한 번 받고 뒤집어보면 밑에 깔린 고기가 잔뜩 드러난다. 크게 썰린 양지를 육향이 잔잔히 베인 국물과 즐기다 보면, 한 입 가득한 만족감과 함께 저절로 입에 들이켜지는 소주잔을 보게 될 것이다.

사진: Instagram/ @s_dailys_ @_foodyjjun @sikugyeong @stressfoodfighter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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