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를 알기 전에는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다. 이 도시가 나에게 색을 가르쳐 주었다.”, 이브 생 로랑이 말했다. 이브 생 로랑의 박물관은 조국 프랑스 파리와 그에게 있어 제 2의 고향인 마라케시에 위치해있다.
그와 인생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는 생전 마라케시에서 수 채의 집을 사들이고, 마조렐 정원을 구매해 아름답게 가꾸었다. 폴 게티 부부를 중심으로 앤디 워홀, 믹 재거 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생 로랑과 베르제는 모로코와 마라케시를 사랑했고, 그들의 유골 또한 마라케시에 뿌려졌다. 우울증을 앓았던 생 로랑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모로코, 그 곳은 어떤 곳일까.
모로코는 드넓은 대서양부터 만년설이 덮인 아틀라스 산맥, 사하라 사막까지 다채로운 환경이 펼쳐진 이국적인 나라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관문이기도 한 모로코는 스페인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14km 떨어져 있어, 지리적 특성상 꾸준히 주변국과 교류를 하여 예술과 문화가 특히 발달한 나라다.
또한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가 주를 이루지만 유럽의 문화와 양식들도 곳곳에 스며들어 모로코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로코 곳곳에 있는 야외 시장에서는 다채로운 색의 카펫, 직물, 샌들, 가방 등의 가죽 제품, 도자기, 금속 인테리어 용품 등의 다양한 수제 잡화를 구매할 수 있다.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섬세하고 화려한 모로칸 건축물 또한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다.
환경과 문화가 다채로운 만큼 도시마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마음만 같아서는 모든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꼭 들러볼 만한 도시 다섯 곳을 소개한다.
세계유산의 도시, 마라케시(Marrakech)
마라케시는 모로코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도시다. 마라케시의 메디나(구도심)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다양한 건축물과 야시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그중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은 마조렐 정원과 바히아 궁전.
선명한 파란색과 노란색이 대비되는 건물로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마조렐 정원은 화가 자크 마조렐이 1923년부터 조성한 공원이다. 곳곳에 칠해진 파란색은 마조렐 블루로, 모로코의 대표색 코발트 블루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작품에 자주 사용하였다. 1980년 이후에는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사들여 가꾸었으며, 현재는 그들의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바히아 궁전의 바히아는 아랍어로 ‘눈부신’ 혹은 ‘아름다운’이라는 뜻이다.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대 재상을 지낸 시 무사(Si Musa)의 저택이었다. 근대 모로코의 건축 양식과 정원의 아름다움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궁전이다. 건물 내부의 천장과 벽의 조각, 바닥의 타일은 이름 그대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흙빛 속 다채로운 색, 페스(Fez)
페스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무려 6세기 후반부터로,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구시가지 메디나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짐을 나르는 당나귀가 옆을 걸어가면 타임슬립을 하여 고대 도시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페스 메디나의 가죽 염색 공장 태너리(Tannery)는 모로코 여행에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까지도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가죽 공정은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다채로운 물감이 든 염색 통에 긴 장화를 신은 인부들이 들어가 가죽을 정성스레 밟으면, 다양한 색깔의 가죽이 탄생한다. 가죽 색상 중 샤프란에서 추출한 노란색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정성스레 염색된 가죽 제품은 태너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죽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푸른빛의 도시, 쉐프샤오엔(Chefchaouen)
쉐프샤오엔은 장엄한 리프 산맥(Rif Mountains)에 위치한 도시로,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한다. 단, 산토리니는 흰색에 푸른색 포인트로 사용한 느낌이라면, 쉐프샤오엔은 푸른색이 더 강렬한 곳. 코발트 블루의 페인트가 온 마을의 벽을 감싸고 있다.
시장 또한 푸른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해 둘러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진다. 지역 특산품 중 가장 유명한 염소 치즈도 꼭 먹어보도록 하자.
도예의 수도, 사피(Safi)
대서양 해안가에 위치한 사피는 모로코의 도자기 문화를 이끌어가 ‘도예의 수도’라고도 불린다. 사피를 방문한다면 도자기 공방에 방문해 제작 과정을 둘러보는 것은 필수. 공방 장인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전통적인 나무 가마를 사용하여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도자기가 줄줄이 늘어진 도자기 시장에서 구매할 기념품으로는 모로코 전통의 타진을 추천한다.
사막의 관문, 메르주가(Merzouga)
메르주가는 모로코의 남동부에 위치한다. 주로 사하라 사막 투어 참가자들이 사막에 들어가기 전 들르는 도시로, 모로코의 전통적 방식인 흙으로 지어진 집들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마을이다.
사막 투어를 신청한다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닐어 보고, 하늘을 수놓은 별 바다를 바라보며 정통 베르베르식 텐트에서 잠들 수 있다. 아름다운 사진과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하다면, 메르주가에서 사막 속 오아시스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