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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을 타투를 찾는 그녀만의 방법부터 그녀의 개인적 취향까지

타투 아티스트 판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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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살갗에 닿는 순간부터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을 함께할 예술 작품을 몸에 담아내는 타투 아티스트. 찾아오는 이들이 품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의미를 뒤섞어 하나의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타투 아티스트, 판타를 소개한다. 후회하지 않을 타투를 찾는 그녀만의 방법부터 그녀의 개인적 취향까지. 


타투 아티스트 판타’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으로 소개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작업물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해 줄 수 있나.

갈수록 타투 장르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라 명확하게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나와 같은 스타일의 작업물들을 두고 ‘코리안 타투’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인 라인 타투 아티스트, 코리안 타투 아티스트라고 정의하면 될 것. 

아무래도 전통적인 타투 장르에서 조금 벗어난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에 그렇게밖에 정의할 수 없는 것 같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제대로 된 타투라고 인정받지 못하던 부류다. 타투가 아닌 ‘낙서’ 취급받던 때. (웃음)

판타만의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나의 작업 방식은 아날로그에 가까운 편이다. 먼저 도안을 디자인하기 전, 손님과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다. 카톡으로 도안을 전송하고 수정하는 식의 방법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3시간, 4시간씩 도안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보니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다. 하지만 손님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타투들의 구성이나 이미지에 어울리게 작업해야 하고, 의미를 많이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많은 의미를 타투에 담아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디자인적 요소만을 고려해 타투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양극에 있는 고객들을 대할 때 각각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처음 타투를 시작했을 땐, 타투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타투 아티스트이지만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터라 초반에는 어려 보이는 손님이 오면 나이부터 물었다. 타투를 받고 싶은 이유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 다음 ‘그냥’, ‘예뻐서’와 같은 답변이 돌아오면 다그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타투 제거 레이저 기술도 좋지 않았을 때니까. 특히 부모님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더욱 단호했다.

그렇게 초기 2~3년까지는 타투의 ‘의미’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하지만 손님들의 몸을 통해, SNS를 통해 타 타투 아티스트들의 작업물들을 많이 접하고 나니 마음이 좀 열렸다. “아, 강제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후로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셀럽들의 타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따라 하는 식의 타투에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같은 자리, 같은 디자인의 타투는 개성도 의미도 없는 ‘빈 타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런 류의 작업은 받지 않는다. 셀럽이나 주변인들의 타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되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을 권한다. 

판타가 디자인에 의미를 담아내는 방식은 매력적이고, 독보적이다. 그 ‘의미’를 담아낼 때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타투 디자인을 추상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애증, 사랑, 인연과 같이 미묘한 단어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명이 곁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SNS에 작업물들을 소개할 때 간단한 설명들을 더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 

타투에 대한 설명이 붙을 때 비로소 이해가 되고, 그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힌트가 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타투 아티스트 판타’라는 이름을 알려지게 한 작업이 ‘낙서 타투’로 유명한 오혁의 타투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오혁의 경우는 단기간에 많은 타투를 받은 인물이고, 본인의 타투에 대해 설명을 따로 하지 않는 타입이다 보니 더욱 오해를 샀다. 한참 누나인 내가 돈을 벌기 위해 그를 부추긴 모양새가 됐으니.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그는 굉장히 신중한 타입이다. 단순한 레터링의 경우에도 연습장 한바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글씨를 직접 그린 다음,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하나를 신중히 고른다. 그렇게 골라낸 하나를 가지고 여기저기 스텐실로 테스트해 본 다음, 결국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죄송해요, 좀 더 생각해 보고 할게요.”라고 말하고는 받지 않는다.  

다른 멤버들 역시 어디선가 본 디자인을 가져와 ‘그냥’ 타투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각자의 취향은 확실했고, 타투에 본인만의 의미를 담아내는 방식 역시 확실했다. 

스쳐 지나간 ‘한때의 취향’을 타투로 새겨버려 각인처럼 남는 것은 상당히 곤욕스러운 일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타투 입문자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먼저, 도안을 자기 자신과 엮어내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 가족 등의 탄생석이나 탄생화를 활용해도 좋다. 평생 남는 것인 만큼, 나 자신에게 녹아들 수 있는 요소를 섞는 것이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팁. 가장 비추천하는 타투는 ‘유행하는 타투’다. 해마다 유행하는 타투들이 꼭 있다. 내가 한창 타투를 받을 시기에는 범고래 타투가 유행했는데, 어느 날 범고래의 성격이 나쁘다는 소문이 돌자 유행이 잠잠해지기도 했다. (웃음) 특히 사랑 ‘애’, 까만 별 타투 등이 유행하는 타투의 슬픈 폐해다. 그런 타투들은 유행이 지나면 후회하기 마련. 

내 탄생화와 가족들의 탄생화를 엮어 꽃다발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개인적인 요소를 섞어도 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거쳐가며 나에게 맞는 디자인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고민한 시간들이 쌓인다면 어느새 도안에 대한 애착도 함께 쌓일 것. 리서치를 정말 많이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타투의 장르, 타투 아티스트의 스타일, 타투의 종류를 거쳐 나의 취향과 나에게 맞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포인트다. 나에게 맞는 타투 아티스트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일단 그 타투 아티스트의 역사를 훑어봐야 한다. 지난 2~3년간의 작업물들을 보고 바이브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크닉 역시 눈여겨봐야 할 요소다. 도안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테크닉이 문제인 아티스트도 있고, 디자인이 촌스럽지만 테크닉 하나는 기가 막힌 아티스트도 있다. 그 타투 아티스트의 SNS 계정 속 ‘태그’를 타고 들어가면, 작업물들이 완전히 아물고 난 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그리고 그렇게 개고생을 한 다음, 마음에 드는 타투 아티스트가 나타나면  그때 작업을 의뢰하면 된다.

패션의 스타일과 타투의 스타일이 한 방향을 바라볼 때 그 시너지가 폭발한다고 생각한다. 추천하는 ‘룩’과 타투 스타일의 조합은?

패션과 타투의 무드를 일관되게 연출하고 싶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룩북이나 이미지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백스테이지 사진 속, 모델들의 타투에서 영감을 얻어도 좋고 그들이 매 시즌마다 내거는 테마에서 영감을 얻어도 좋다. 내 패션 취향에 부합하는 이미지들을 계속 콜렉팅하다 보면 훌륭한 조합을 찾을 수 있을 것.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에서 키워드를 따오는 것 역시 추천하는 방법이다. 스트리트 룩을 좋아한다면 스케이트보드, 빈티지 룩을 좋아한다면 웨스턴 부츠.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수집해 나만의 개성을 입힌다면 마음에 드는 도안이 탄생할 수도 있다. 

수집한 이미지들을 작업자에 통째로 보내 믹싱하게끔 하는 것도 좋다. 시간이 없어서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패션 스타일에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을 만한 타투를 찾고 있다면 최대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스몰 타투를 추천한다. 타투가 과하게 크다면 옷이 묻히기 마련이니까. 낙서처럼 휘갈긴 느낌의 러프한 디자인을 택한다면 스몰 타투라 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무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패션 센스를 드러내고 있는 판타 역시 타투가 많은 편이다. 본인 몸에 있는 타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릎에 있는 아기 천사. 제일 마음에 든다. 나에게 타투를 배우던 학생 중 한 명이 사람 살갗에 직접 작업하는 것에 대해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해서 시범을 보여주려고 하게 된 타투다. 톤을 부드럽게 쓰는 방법이나 명암을 넣는 방법 등을 궁금해해서 하게 된 작업. 가슴에 있는 타투 역시 마음에 드는 타투 중 하나다. 이 타투도 내가 거울을 보며 직접 작업한 것인데, 비대칭적인 요소나 삐뚤삐뚤한 선에서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타투인 것 같다. 작업 도중 피곤해서 중간에 자버렸기 때문에 아직은 미완성. 

타투 아티스트를 넘어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타투만 하는 작업자보다는 아트웍까지 겸하는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고 싶었다. SNS계정에 작업물만 나열하는 타투 아티스트들도 많지만, 나는  개인적인 것도 많이 업로드하는 편이다. 옷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오브제에 아트웍을 입힌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아티스트로서의 다양한 면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들과 콜라보도 많이 하게 되고 협찬도 받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액세서리 브랜드와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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