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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가 참 귀엽네요, 포인트가 되어줄 리빙 편집샵 3

옛것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위한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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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회 초년생에게 자취란 로망과도 가까운 단어다. 식물 죽이기에 능숙한 우리에게 ‘조화’라는 혁신적 아이템은 진짜 같은 가짜와 같다. 숨 막히는 방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북유럽의 언덕을 포착한 포스터 액자 또한 자주 열지 않는 창문이 되어, 지구 반대편의 향수를 맡게 해준다. 

수많은 인테리어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리빙 아이템을 취급하는 플랫폼을 들락거리며 혼란한 당신. 동네가 주는 정취와 함께 가벼운 산책으로 필자가 연희동의 리빙 편집샵 세 곳을 추천하려 한다.


티티에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8-5
골목에 서 있는 녹슨 입간판 ‘티티에이’는 수줍은 듯, 멀리서나마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 보조 바퀴가 달린 두 발 자전거를 타던 필자의 어릴 적 기억엔, 티티에이와 꼭 닮은 할머니 집이 자리한다. 슬슬 차가운 바람에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오는 계절이지만, 티티에이의 마당에는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연-스러움을 안겨줄 나무와 풀이 가득하다. 입구를 위한 돌계단 또한 정교한 맛 보단, 조금씩 깨져있지만 그대로 유지되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사뭇 고즈넉함을 불러일으킨다.사장님의 취향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는 매장의 콘셉트와 오브제 각자마다의 매력이 여기저기에 꼭 들어맞게 리모델링된 것. 원래라면 예약제로 운영되며 한정된 방문을 위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오브제 혹은 리빙 아이템을 위한 모든 이들을 위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티티에이의 아이템들은 ‘차분함’의 미학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 당신의 일상을 정성스럽고 고고한 여유로 가득 채울 것들이 더 가까울 듯하다.포쉐린 그릇이나 성냥, 티 홀더와 룸 스프레이까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 가장 욕심을 냈던 자기 소재의 탑은, 가운데에 우뚝 서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무색과 백색이기에 그리고 높고 고상한 자태를 가장 잘 보여주기에, 티티에이 자체를 형상화했다고 생각될 지경. 편집샵이 내건 모티브는 오브제는 물론 향과 인테리어에서 풍겨온다. 세심함에 결코 우아함이 빠질 수 없는 티티에이는 당신의 기호도 하나쯤은 무조건 챙겨갈 수 있는 곳.


피시스오브서울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33-6 1층
잠깐만, 편집샵이라고 해서 왔는데요. 그럼요, 맞습니다. 당신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착각할 겨를도 없이 대문짝만한 블랭킷을 볼 수 있을 테다. ‘피시스오브서울’은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카페 겸 쇼룸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 

회백색의 인테리어는 공간이 주는 차분함과 더불어 수제로 제작된 러그와 블랭킷에 한 번 더 시선이 가게 하는 요소로 칭할 수 있다. 상수에 위치했던 쇼룸은 연희동으로 옮겨와 그 정취를 재정비한 곳으로, 통창과 은은하게 들어오는 자연광이 매력적인 공간.피시스오브서울에서 제작한 블랭킷과 러그, 코스터와 테이블은 매장 내부를 돌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보다 여유로운 오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이며 천천히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뉴욕의 축축힌 빗길의 횡단보도나, 센 강 앞에서 풀린 신발 끈을 묶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브제 속 풍경에 사로잡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프린팅 패브릭 아이템을 사랑하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임은 물론, 크지 않은 공간에 우연히 방문하게 될 이에게도 피시스오브서울은 최고일 것.


빅슬립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379 우측 2층
교차로에서 빅슬립을 향해 언덕길을 한 번 거닐고 마주한 적갈색 벽돌 계단. 초입부부터 따스함을 건네온다. 입구서 바라본 매장 내 전경은 오묘함 그 자체. 따듯함과 찬란함으로 채워진 공간의 온도는 인위적인 난방 기구에서가 아닌 오브제와 조명에서 풍겨오는 것이다. 

조명과 식기, 와인잔과 찻잔 세트들이 가진 공통점은 오래된 것이 아닌, 시간의 영겁 자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 통창에서 비치는 햇살과 함께, 반사된 오브제의 빛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추억을 향유하고 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단연코 조명. 부드러운 쉐입 가장자리서부터 떨어지는 빈티지스러움은 새것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거쳐 우리에게 도달했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좁고 길게, 넓고 두껍게 만들어진 유리공예들은 그 높낮이가 제각각이라 눈길이 간다.

처음 마주한 주인의 손길을 따라, 아로새겨진 미미한 퇴색은 오브제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것. 다른 물건을 고정하는 문진부터 공간을 가득 채울 인센스를 보조할 홀더까지, 쓰임새가 다양한 아이템들의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응답하라 시리즈를 정독하면, 한 번쯤은 비슷한 모양을 찾을 법한 조명들. 80년대에 생산되었기에 조명 하나하나마다 현대에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들의 향연이다. 왜가리의 모습을 한 접이식 조명부터, 화려함을 수놓은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까지.

참고로 사장님의 손길로 생명의 재탄생을 이룩한 아이템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의뢰를 통해 타 매장의 빈티지 조명들도 그 불씨를 다시 켜준다고. 연희동의 오브제 만물상, 빅슬립은 옛것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위한 곳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곳으로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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