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완벽주의자의 작업실’ 창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커버이미지
life

‘지독한 완벽주의자의 작업실’ 창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스튜디오 그 자체인 인물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지브리 스튜디오는 인물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을 훑어보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얼마 전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무수히 많다.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작사이니, 당연히 그렇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자. 지브리 스튜디오는 단 한 명의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 그리고 그 한 사람은 모두가 이미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 사람이 맞다. 창작가, 미야자키 하야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담기 위해서는 빼곡한 100장의 원고로도 부족하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스토리, 그가 걸어온 삶, 영향력을 가진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이야기하자면 범위가 너무 넓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독의 독특한 작업 방식과 명작들이 탄생한 작업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충분히 멋진 한편의 이야기가 될 테니.


‘베테랑도 그의 앞에 서면 초보가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소문난 일꾼이다. 그 누구보다 먼저 사무실에 출근하며 가장 늦게 퇴근할 만큼 성실하다. 이제 어느덧 83세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을 그릴 때면 생기 어린 두 눈이 반짝인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도리어 직원들을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신도 미야자키처럼 일하라’라는 업무에 대한 압박과 밀도 역시 문제였지만, 그의 성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을까?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대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머리에서 피어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머리 안에서 끝난다.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창작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작품 기획부터 각본, 제작, 캐릭터 디자인은 물론이고 연출과 작화까지 혼자서 대부분을 진행하기 때문. 그럼 다른 애니메이터들은 무엇을 하는가, 그들은 짜인 방향성과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세부적인 메이킹 작업에 돌입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소문난 일꾼일 뿐만 아니라 지독한 완벽주의자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과 영감을 그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절대로 작업을 끝내지 않는다. 관련해서 슬픈 일화가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한 직원은 흘러가는 구름을 그리기 위해 수백 가지 디자인을 제안했지만 결국 그가 상상으로 그렸던 구름을 보여주지 못했고, 작업실을 떠나야만 했다.
‘컴퓨터는 무슨, 손으로 그려’

이미 눈치챘겠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는 여전히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과 연필로 2시간가량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로 인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무려 17만 장 정도의 그림을 그리고, 또 체크해야 된다. 이는 분명한 육체노동이며, 대단한 체력과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임이 틀림없다.심지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거나 직접 쓰지도 않는다. 영화에 시나리오가 없다니,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대신에 그는 그림 콘티를 먼저 완성한 후에 작업에 돌입한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바로 그림으로 옮겨가며 콘티를 완성한 후, 참고하며 애니메이션을 완성해 나가는 것.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감독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상상을 곧바로 옮기기 때문에 중간에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로 <모노노케 히메>는 중간에 스토리의 대부분이 수정되기도 했다. 여기저기에 살을 붙이고 나서야 완성될 수 있다.‘아이들을 사랑한 그’

여기서 잠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연필 가루를 묻혀가며 작품을 완성하듯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 실제로도 어린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과는 출근길부터 시작된다.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걸어서 출근한다. 걸어가는 길에 마주치는 아이들과 밝게 인사하며 에너지를 받고, 일터에 도착하면 걷다가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밖으로 내놓는다. 이 루틴은 약속처럼 반복되며 하나의 의식처럼 행해지고 있다.작업실에 도착하면 연필과 지우개, 그림들로 가득 찬 책상을 향해 한차례 인사를 건넨다. 이 또한 의식처럼 행해지며 일을 대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진중한 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일련의 의식이 끝나면 지브리 직원들과 다 함께 체조를 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그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잘 놓지 않았고, 관리자의 입장이면서도 정해진 휴식시간에만 식사와 개인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항상 초 시계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데,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의 시간을 초 시계로 확인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정말이지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그가 유일하게 컴퓨터를 키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그는 시간 여유가 생기면 가끔 컴퓨터로 장기를 두곤 한다.
‘<붉은 돼지>는 바보 같은 영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꿈과 광기의 왕국>에서 그는 영화 <붉은 돼지>가 바보 같은 영화였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붉은 돼지>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기 때문. “어라, 왜 이렇게 돼버린 거지?”, “무슨 짓을 해버린 거지?”라며 과거의 본인을 질책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만큼 아이들을 사랑했다. 손자에게 남기는 선물이라며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완성했을 만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다 무슨 소용인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황금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들은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시도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잔잔한 감동과 독특한 전개 방식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인물이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글을 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 이끌어가는 지브리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 하늘을 그릴 때면 ‘하늘색’으로 칠하라고 말하며, 바다를 그릴 때는 ‘바다색’으로 칠하라고 말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우리는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후로도 그가 완성한 다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