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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세상은 가짜다

가장 기초적인 현실을 무너뜨린 영화 <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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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8년 한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가 공개됐다. 작품의 이름은 <트루먼 쇼>. 짧은 제목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트루먼’을 ‘라이브 쇼’로 보여준다는 핵심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그렇다. <트루먼 쇼>는 103분의 러닝타임 동안 트루먼이라는 한 남자가 방송을 위해 꾸며진 ‘가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용을 보여준다. 90년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작품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지 않는다. 워낙에 유명한 명작이기도 하고, 글로 내용을 흡수하는 것보단 직접 보는 편을 추천하기 때문. 전체적인 줄거리와 결말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필자의 시선과 머리로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

아리따운 아내, 어머니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트루먼, 그의 직업은 보험회사원이다. 어느 날, 그는 평소처럼 출근하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명이 떨어졌다. 놀란 트루먼. 의아해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지나간다. 하지만 곧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우연하게 마주치는데, 충격에 휩싸인 트루먼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한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가짜

이어서 화룡점정, 우연히 맞춰진 라디오 주파수에서 트루먼은 자신의 삶을 낱낱이 중계하는 이상한 채널을 듣게 된다. 그는 공포를 느낌과 동시에 그에게 ‘당신의 세상은 전부 가짜다’라고 말했던 과거의 첫사랑이 생각났다. 그 후로 평범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한 트루먼, 결국 수상한 섬을 떠나 첫사랑 실비아가 있는 피지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특명, 트루먼의 탈출을 막아라

하지만 쉽지 않다. 상황과 주변의 모든 사람이 트루먼을 방해한다. 비행기는 한 달 넘게 자리가 없고, 버스는 고장 난다. 그리고 지속되는 이상한 일들. 아내는 갑자기 코코아를 집어 들고는 광고처럼 설명을 하고, 병원에서 의사들은 수술하는 척을 한다.

결국 그는 배를 타고 탈출한다. 어린 시절 폭풍우로 아버지를 잃은 기억 때문에 물 공포증이 있었지만, 더 이상 극심한 공포 또한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가짜 세상은 그의 탈출을 막기 위해 비바람을 동반한 폭풍을 바다에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벽에 닿아 문을 열고 탈출한다. ‘걱정하지 마, 넌 엑스트라니까’

<트루먼 쇼>는 관객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당연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망상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 현상이 얼마나 극심했으면 ‘트루먼 쇼 망상’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단순한 망상에서 끝났으면 다행이련만, 깊게 몰입한 몇몇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이 세상은 진짜입니다’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진짜라고 믿는다면

<트루먼 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단순히 ‘가짜 세상에서 살아가는 트루먼의 삶’을 다룬 이야기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감독은 관객들에게 깊은 교훈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2024년 2월 6일 기준, 세계 인구는 81억 1,883만 5,999명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를 제외한 81억 1,883만 5,998명의 사람이 각자 다른 행동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기가 느끼고, 보고, 경험하는 세상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같은 국가, 같은 동네, 같은 집에 사는 아주 가까운 사람조차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당연하게도 각자가 믿는 ‘진짜 세상’의 모습도 전부 다르다. 내가 보는 세상과 느끼는 감정들을 타인도 동일하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뜻.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똑같은 공간에 있어도, 똑같은 영화를 봐도 인간은 서로 다른 감정과 믿음,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내가 믿는 것들이 모여 ‘진짜 세계’를 만든다. 자기 세상에 갇히면 안 돼

‘가짜 세상’에 갇혀있던 트루먼. 그가 잘못됨을 깨닫고 평생을 살던 세상을 벗어나, 미지의 ‘진짜 세상’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통해 작품은 ‘자기 세상에 갇히면 안 된다’라는 교훈을 준다.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진짜일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믿는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는 거짓된 세상일 수도 있는 것. 

자기 세상에 갇혀 다른 이들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진짜 세상’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두려운가, 걱정하지 마라

작품 속 가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방송국은 트루먼을 ‘두려움’에 가둔다. 어린 시절, 바다에서 가족을 잃는 경험을 시켜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심고, 성인이 돼서는 돈과 가족을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그를 묶는다. 하지만 사실 그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거짓이었다.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었던 것. 우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조건이 많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어쩌면 우리도 트루먼처럼 ‘가짜 세상’에 갇혀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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