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를 떠올려보자. 감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꺼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내면의 감정을 쏟아내어 우울 3부작을 탄생시켰고, 빅토르 에리세 감독은 작품 뒤에 있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

그가 내민 것들은 관객인 우리의 삶과도 깊숙이 맞닿아 있다. 이로써 관객은 영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가 영화를 찾는 이유일 터.
촬영, 편집, 음향, 미술, 그리고 연출. 모든 예술이 만나는 지점, 바로 영화. 그리고 당신이 스크린을 마주하면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2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추위와 함박눈, 극장에서 그 온도를 녹여보자.

아트나인 : 데이비드 린치 특별상영
컬트는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린치는 컬트. 그가 세상을 떠났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는 실험적인 스토리 라인과 초현실적인 이미지 탓에 대중들에게 외면받았다. 개봉 첫날, 관객 수는 고작 25명이었고 그다음 날은 24명이 극장을 방문했으니, 흥행에 얼마나 참패했는지 상상해 보라.
그러나 한 배급사의 담당자가 극장을 설득해 1년간 심야 영화로 상영되었다. 그 덕분에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렇게 데이비드 린치의 컬트가 시작됐다.

“인생은 매우,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영화도 복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대작을 남기고 떠난 데이비드 린치 감독. 그는 생전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컬트의 한 시대를 기억하며, 아트나인에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세 편을 상영한다. 그의 세계관의 시작이었던 <이레이저 헤드>부터 <트윈 픽스>, <로스트 하이웨이>까지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1월 28일부터, 아트나인

라스 폰 트리에 <멜랑콜리아> 재개봉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우울 3부작인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그리고 <님포매니악>. 그중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선사하는 SF 판타지 <멜랑콜리아>가 2월, 극장에 도착한다. 지구 종말이 다가온 시점, 당신은 어떤 태도로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는 구원인가, 붕괴인가.
“예술가의 우울증이 창작에 가장 창의적으로 적용된 사례” – 이동진 평론가

평생에 걸쳐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린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그리고 그가 영화에 담아낸 우울과 불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무엇이라도 쓰며 내면의 감정을 쏟아내려 했고, 그렇게 <안티크라이스트>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멜랑콜리아>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행성 충돌이 아닌 우울증이라는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오라, 아름다운 종말의 시작이여.”

한국영상자료원 : 재팬파운데이션 무비페스티벌 – 영화와 문학 2
일본국제교류기금과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으로 매년 주최하는 재팬파운데이션 무비페스티벌. 이번 ‘영화와 문학 2’ 기획전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원작 <아름다움과 슬픔>을 비롯해 나쓰메 소세키 소설 원작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아베 코보 소설 원작의 <모래의 여자> 등이 상영될 예정.

기획전과 더불어 원작 도서 전시도 함께 진행되니, 일본 근현대 문학의 흐름을 스크린과 종이책으로 만나보자.
1월 31일 ~ 2월 21일, 한국영상자료원

빅토르 에리세 <벌집의 정령> 국내 첫 개봉
“예술 작품이 영원한 이유는 그것이 그 작품 뒤에 있는 사람의 삶, 그 삶의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 빅토르 에리세 감독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벌집의 정령>이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개봉했다. 감독은 스페인 내전의 상처를 한 가정에 투영해 현실을 재현했다. 영화 예술의 존재 이유와 그 의미, 극장에서 다시금 떠올려보자.

라이카 시네마 :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전
1960년대 초,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인해 영화 시장은 붕괴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영화 제작의 규모와 편수가 감소했고, 독일 영화에도 침체기가 찾아왔다.

독일의 젊은 영화인들은 프랑스의 누벨바그 운동에 감명받아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1962년, 알렉산더 클루게를 포함한 감독들이 오버하우젠 선언을 발표한다.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

이들은 기존 상업영화의 고전적인 영화 문법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그렇게 독일 영화가 부흥했다. 그리고 황금기였던 1960년대 말을 뉴 저먼 시네마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뉴 저먼 시네마의 심장이었던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 라이카 시네마 개관 4주년을 맞아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전이 열린다. 그의 대표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비롯해 여섯 편의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보자.
“예술가의 타락한 신경이 느끼는 노여움과 냉담한 무아경만이 예술적인 것이다. 예술가는 우리의 인간성과 따로 외딴곳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1월 23일 ~ 2월 18일, 라이카 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 : 이탈리아 영화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미술, 음악, 문학 등 세계 예술사에 있어 중요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들의 세계를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 영화사를 대표하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이탈리아 사회를 성찰하는 거장들의 관점과 스타일, 그리고 영화를 향한 애정을 극장에서 확인해 보자.
1월 31일 ~ 2월 9일,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