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더스트리 정상의 두 여성 아티스트, 찰리 XCX와 빌리 아일리시의 사이에 낀 이 남자. 뉴욕 파티 문화를 다시 불태우기 위해 등장한 남자라고 자칭하는 아티스트 ‘더 데어(The Dare)’다.
그의 슬림한 수트 핏을 보고 있으면, 에디터의 최애 패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2013년에 전개했던 ‘생로랑(Saint Laurent)’이 떠오른다. 에디 슬리먼이 인디 슬리즈 시절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인 만큼, 그 시절을 발 벗고 나서서 되찾겠다는 더 데어의 야망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모든 여자가 좋아
그를 전 세계에 알린 음악은 ‘Girls’였다. 가사를 읽으면, 이 노래를 좋아해도 “어떤 음악 좋아해요?”라는 질문에 이 노래로 답하기는 다소 민망할 것이라 생각이 들 것.
“마약 하는 여자,
클럽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
경찰을 싫어하고 총을 사는 여자를 좋아해”
– ‘Girls’, The Dare
온갖 여자들이 다 나오므로 ‘여자에 미친 남자’를 청각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면 꼭 가사와 함께 들어보길 바란다.
아무튼, 2022년 ‘Girls’로 빵 터진 더 데어. <브랫(brat)>의 주인공 ‘찰리 XCX(Charli xcx)’와 ‘빌리 아일리시’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더 데어는 오바마가 스포티파이에서 해당 곡을 좋아요 눌렀다고 언급했다. 2024년 플레이리스트에 찰리 XCX의 음악이 있는 걸 보면 오바마가 그의 음악을 즐기는 게 못 믿을 일도 아니다.
올해 찰리 XCX의 <Brat> 디럭스 앨범 속 ‘Guess(Feat. Billie Eilish)’에서 핫보이에 대한 둘의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 데어가 이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기 때문.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세 명이 모인 이 곡은 24년 8월 17일 12위에 안착했다.
뉴욕 클럽을 되살릴 사람은 나야
Girls의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술, 담배, 여자, 쾌락만 내내 추구한다. 이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냐, 클럽이다. 1996년생의 더 데어는 ‘인디 슬리즈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의 음악 스타일에서 곧장 드러난다.
인디 슬리즈 시대를 풍미했던 밴드 ‘LCD SOUNDSYSTEM’, ‘스트록스(The Strokes)’ 등과 유사한 분위기를 띈다. 그도 전혀 부정하지 않는 느낌.
인디 슬리즈와 클럽은 곧장 파티 문화로 이어진다. 그의 청사진은 앨범 <What’s Wrong with New York?>에서 나타난다. 제목부터 뉴욕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시비를 거는 듯한 뉘앙스다.
찬반은 오가지만, 결과적으로 댄스 음악 시장에서 앨범은 찰리 XCX <Brat>의 뒤를 잇는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앨범은 인디 슬리즈 르네상스를 위한 ‘파티 록 찬가’같은 앨범이다”
– <Clash>, Aimee Phillips
클럽을 향한 더 데어의 사랑은 파티에서 보여줬다. 그는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36시간 동안 휴식 없는 디제잉 파티를 벌였다.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스트리밍도 진행했다. 그저 앨범 발매 기념 파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뉴욕 방탕하고 난잡한 파티 문화를 다시 살리기 위한 레이브파티를 원했고, 그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패션, 딱 봐도 느낌 오잖아
에이미 필립스가 언급한 ‘인디 슬리즈 르네상스’ 그의 패션에서 곧장 드러난다. 그가 입은 슬림한 수트를 보면 떠오르는 한 명의 디자이너는 바로 ‘에디 슬리먼’이다. 인디 슬리즈가 한창이었던 2000년대는 패션씬에서 에디 슬리먼이 군림했던 시대였다. 남성들 모두가 그의 스키니 진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더 데어의 패션을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에디 슬리먼 역시 그가 제시하는 감각을 느꼈다. 더 데어와 에디 슬리먼의 이상향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패션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그렇기에 더 데어는 에디 슬리먼의 눈에 제대로 포착됐다.
포토그래퍼로도 활동하는 에디 슬리먼은 더 데어를 촬영했고, 셀린느의 23F/W “The Age of Indieness” 쇼, 애프터 파티에 그를 데려와 연주를 펼치게 했다.
10년 전에도 나름 유명했어
‘해리슨 패트릭 스미스(Harrison Partick Smith)’의 음악이 한국 사람들의 귀에 들어온 건 2022년 ‘Girls’를 발매하고 난 후였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다. 무려 2014년부터.
시작은 ‘터틀넥(Turtlenecked)’이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결성했던 음악 프로젝트는 꽤나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터틀넥의 두 번째 앨범 <Vulture>는 <피치포크(Pitchfork>의 이언 코헨이 “한 세대가 명언을 쓸 줄 안다”라고 언급했고, EP <High Scores of the Heart>는 <NPR> 제러드 워커로부터 “그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걸 알면 놀랄지도 모를 만큼 세련된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0년이 넘은 베테랑 아티스트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파티를 지향하고, 이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10년?, 그에게는 이제 시작일 터.
더 데어의 음악과 패션 스타일을 보면, 에피 한 명으로 드라마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스킨스>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뉴욕 타임스의 팝 음악 평론가, 존 카라마니카는 2022년 최고의 곡 5위에 더 데어의 ‘Girls’를 포함시켰다.
브랫 서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찰리 XCX의 음악이 취향을 저격했다면, 다시 한번 댄스 음악의 부흥을 바라며 더 데어의 파티 록 찬가를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더 데어의 쿨함이 드러나는 보일러룸 라이브 셋과 함께 쉬지 말고, 매일 밤을 즐기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