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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일 여자 야쿠자, 니시무라 마코의 이야기

그녀가 '손가락 절단의 달인'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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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한 번도 져 본 적 없어요.” 일본 유일 여자 야쿠자 ‘니시무라 마코(まこ西村)’가 한 말이다. 그녀의 작고 마른 체형과 여성스러운 외모, 언뜻 보면 평범한 일본의 50대 후반 여성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양팔과 어깨를 휘감은 이레즈미 문신 그리고 절단된 새끼손가락은 그녀가 그저 평범한 여성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한다. 니시무라 마코의 정체는 일본의 유일한 여자 야쿠자. 어쩌다 그녀는 금녀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걸까?

‘여성 야쿠자’가 일본에서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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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는 그야말로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여자들이 연루되어 있는 경우는 야쿠자의 아내로서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주로 젊은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중재나 알선을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부는 야쿠자 소유의 클럽을 운영하거나 마약 거래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야쿠자 내에 소속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니시무라 마코는 다르다. 그런 역할 또한 두루 맡기는 했으나, 그녀는 야쿠자의 공식적인 소속을 뜻하는 ‘사카즈키 의식’에 참여한 유일한 여자다. 그녀에게 ‘누군가의 아내’라는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니시무라 마코의 야쿠자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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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버지가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훈육을 하던 모습이 주로 떠오른다고 했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와 엄격한 집안은 그녀를 옭아맸고 마음 속 깊은 곳엔 반항심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폭주족이 되었다. 그저 치기 어린 반항으로 끝났으면 좋으려만,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났을 터. 끝내 야쿠자의 밑에 들어가 공갈에 가담하거나 매춘부를 찾는 일을 배우며 일했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야쿠자가 된 것은 친구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어느 날 밤, 친구는 싸움이 벌어졌으니 도와달라 전화했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곤봉’을 들고 달려갔다. 그리고 그 현장은 피바다로 물들었다. 이 사건은 야쿠자 단체 보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녀는 그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여자일지라도 야쿠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야쿠자로서 매춘 및 마약 사업을 운영하고 사채를 걷으며 경쟁 그룹 간의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도맡아 왔다.

손가락 절단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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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문화에는 실수를 저지르면 사과의 표시로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유비츠메’라는 의식이 있다. 그녀 역시 이 의식을 피해 갈 수 없었을 터. 그녀는 조직원들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번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그 모습에 감탄한 조직원들은 그녀에게 존경을 표했고 손가락을 직접 자르지 못한 조직원들은 찾아와 손가락 좀 잘라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손가락 절단의 달인’이 되어 야쿠자 내에 입지를 다졌다.

도망

마약을 파는 사람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뭘까? 바로 마약을 하는 것. 그러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었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주요 거래품인 ‘메스암페타민’에 손을 대고 말았다. 나이 30대에 마약 중독자가 되어 비참한 현실을 살던 그녀는 조직으로부터 도망치기로 했다. 

그러나 배운 게 도둑질 아니겠는가? 그녀는 도망 나와서까지 ‘메스암페타민’을 팔았다. 결국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추방되기까지 했다. 오히려 잘 된 일 일지도 모른다. 경쟁 조직의 조직원과 사랑에 빠진 후였으니.

여자 야쿠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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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야쿠자의 조직원과의 열애 끝에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야쿠자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본 사회에서 그녀의 문신은 누가 봐도 야쿠자의 문신이었다. 애석하겠지만 당연하게도, 야쿠자를 받고 싶어 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야쿠자의 일뿐이지. 게다가 남편이 야쿠자의 보스가 되었으니 다시 시작하는 것쯤은 손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부터였다. 한때는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둘의 싸움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고 폭력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결국 그들은 이혼을 택했고, 그녀는 두 아이의 양육권을 받아냈다.

이혼 이후 그녀는 다시 예전 조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신을 예뻐하던 상사가 ‘메스암페타민’로 인해 바뀌었고, 결국 2년 만에 조직을 나와 아직까지 그곳에 발을 내딛지 않고 있다.

야쿠자 생활의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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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녀는 건물 철거 관련 직종에서 일자리를 얻어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지역 사회에서 평범한 주민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이웃을 돕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또 그녀는 전 야쿠자인 후지모토의 도움으로, 과거 야쿠자였던 사람들에게 주택과 지원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 ‘고진카이’에 가입해 한 지부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여자-야쿠자-책

그녀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야쿠자였음을 밝히며,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이 되고자 밝힌 것이 아니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남자에게도 지지 않을 탁월한 싸움 실력과 그녀가 일본 유일 여자 야쿠자라는 사실은 기존의 성 고정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킨 사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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