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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시련, 4가지 해결책 (feat. 적자생존)

주인공이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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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대사는 무엇일까. 필자가 꼽는 명대사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뱉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I’ll be back.”. 죽지도 않고 돌아온, 그의 든든한 한 마디는 작중 주인공뿐만이 아닌 관객의 마음까지 진정시켜준다. 

비단 주인공이 살아남는 방법은 공포영화에서도 마찬가지. 초필살의 주문 혹은 봉인 영창을 외친다면 절체절명의 상황은 일단락되기 마련이다. <그래비티>, <마션>과 같이 주인공 홀로 모든 시련을 극복하는 SF물도, 돌아갈 수 있다는 ‘중꺾마’를 장착해 주면 지구 귀환에는 손색이 없는 방법. 각자의 상황에서 터닝 포인트로 활약한, ‘주인공이 살아남은 방법’ 4가지를 소개한다. 


킬 빌 2 – 1초면 충분해, 회심의 일격 

‘나는 울부짖고 미쳐 날뛰었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만족을 얻었다.’라는 명대사. ‘쿠엔틴 타란티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 <킬 빌>이다. 자극할수록 더 강해지는 주인공 ‘키도(블랙 맘바)’는 크레이지 88인을 가볍게 썰어넘기고, 1부에서의 메인 빌런 ‘오렌 이시이’를 향해 녹엽정으로 달려간다. 그들의 수장과 함께 단검 승부를 마주하는데, 절대 가벼운 상대가 아니었던 야쿠자계의 일인자와 결투를 끝내 종결. 

하지만 악명 높은 ‘데들리 바이퍼’ 중 겨우 막내 한 명을 잡은 그녀다. 다음 타깃을 향해 나아간 그녀를 막아선 만년 라이벌 ‘엘 드라이버’와의 검투 중, 키도가 뽑아든 카드는 안구 적출 기술. 엘이 그녀의 스승에게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나머지 안구를 적출해버린 이 장면은 검을 맞댄 그녀들의 긴장감을 한껏 극대화해 터뜨린다. 팽팽한 힘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 단전에서 올린 회심의 일격으로 결국 이 씬의 승기를 잡은 건 오로지 주인공 키도의 몫이다.


어스 – 그들을 더 잘 알기에. ‘오리지널’의 힘

그만의 독창적인 연출이 매력적인 특징인 감독 ‘조던 필’. 데뷔작인 <겟 아웃>에 이어 더 심오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찾은 <어스>는, 불친절한 스토리와 사실적인 레퍼런스가 잘 스며들어있다. 무언의 존재가 지상의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해 지하 세계의 분신을 창조했지만, 결국 폭주해버린 지하의 분신들. 그중 주인공 ‘애들레이드’는 사실 지하 세계의 분신으로, 어릴 적 지상의 자신과 위치가 바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잊힌 그녀의 본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본격적으로 가족과 자신을 괴롭히는 그림자 가족을 차례차례 죽여나간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지하 세계의 종속적인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게 위해. 잡혀간 아들 ‘제이슨’을 위해, 그토록 기피하고 싶었던 지하 세계로 걸음을 옮기는 애들레이드. 가족을 지킨 그녀가 기억해 낸 진실은 상관이 없다. 인간다운 삶을 그대로 영위하고자 하는 그림자는, 결국 자신의 오리지널을 참수시켜야 모든 것이 원래대로 흘러가기에. 


화이트 칙스 – 직장에서 잘릴 바엔, 금발 여장 남자로

향수병을 불러일으키는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피부와 인종 문제의 콤플렉스를 원초적 유머로 유쾌하게 자아낸다. 백인 상류층의 2세들까지 야무지게 비판하는 내용은 덤. 맡는 일마다 엉망이 되어버리는 FBI 듀오인 주인공 ‘케빈’과 ‘마커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괴 위협을 받은 윌슨 가 자매의 에스코트에 지원한다. 자매를 데리고 자선 파티에 향하는 중 벌어진 작은 교통사고. 얼굴에 난 상처로 불참하겠다는 그녀들의 생떼에, 케빈과 마커스는 그들이 윌슨 자매로 둔갑하는 선택지를 고른다. 오히려 자선 파티를 활개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철부지 백인 여자의 삶을 즐기는 그들. 

그러다 알게 된 재벌가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며 FBI로서의 본분도 결코 잃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며 서로 생긴 악감정은, 보다 진한 신뢰 관계로 보상받으며 환상의 듀오로 성장해나간다. 현대사회의 포비아적 문제를 여럿 담아냈지만, 유치찬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미국식 유머의 정석을 보여준다. 


레옹 – 유혈로 맺어진 그들의 3중주

성인이지만 아이 같은 킬러 ‘레옹’, 아이지만 성인 같은 ‘마틸다’, 그리고 경찰이지만 킬러 같은 ‘스탠스필드’가 그려내는 영화 <레옹>. 흰 우유를 즐겨 마시며, 화분을 돌보는 레옹의 모습은 킬러라기엔 사뭇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에 반해 의지할 곳이라는 어린 동생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의 마틸다. 부패한 경찰인 스탠스필드에 의해 몰살당한,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레옹과 함께 복수극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성인 남성과 어린 여자아이의 로맨스적 메타포는 관객에게 다소 불쾌함을 안겨줄 수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틸다가 선택한 것은 섹스 어필로 타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나름의 설득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서로의 존재는 사회에 정착되지 못한 그들에게 ‘위로’가 아니었을까. 유유자적한 레옹에게 나타난 엉망인 마틸다와 그리고 자신이 초래한 상황을 자기합리화하기에 바쁜 스탠스. 비현실적인 사랑을 노래하며,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3중주를 담아낸 영화 <레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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