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한때 스크린에 걸렸던 영화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그러나 누군가는 사라진 영화들을 자꾸만 꺼내본다. 그리고 필름에 영원히 남아있는 누군가의 상념을 조심스레 추억한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그래서 아쉬운 영화들을 기억하며 9월, 조금 특별한 영화가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어떤 영화는 따분함이 느껴져 스크린과 마주하는 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다면 모호한 울림이 전해질 테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희생>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소련과 러시아를 넘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상 시인. 그런 전대미문의 타이틀을 가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유작 <희생>이 지난달 21일, 29년 만에 재개봉했다. 롱테이크로 일관된 시선을 보여주는 <희생>은 예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만큼 어려운 영화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감독의 느린 시선을 따라가 보면, 어느새 당신은 시네필에 한걸음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8월 21일부터, CGV / 씨네Q 및 전국 예술영화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세 가지 색’ 트릴로지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20세기의 마지막 예술영화 감독이라고 불리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 ‘세 가지 색’ 트릴로지가 9월 4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트릴로지는 유럽 통합을 기념하고자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블루, 화이트, 레드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당대 프랑스 영화를 이끌었던 배우 줄리엣 비노쉬, 줄리 델피, 그리고 이렌느 야곱이 흐르는 세 가지 색 영화들. 이번에는 블루, 화이트, 레드가 순차적으로 재개봉할 예정이다. 감독이 담아낸 자유, 평등, 박애의 메시지를 함께 고찰해 보자.
9월 4일부터, CGV / 씨네Q 및 전국 예술영화관
서울아트시네마 :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
일본 뉴웨이브의 거장 마스무라 야스조는 인간 내면을 관통하여 그들의 욕망을 정면으로 그려낸다. 9월,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감독의 데뷔작 <입맞춤>과 대표작 <아내는 고백한다>, <세이사쿠의 아내>, 그리고 상영 기회가 많지 않았던 <최고수훈부인>, <불장난> 등 모두 14편의 작품을 35mm 필름과 4K 디지털 복원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서대문역을 따라 시네필들과 나란히 앉아보자.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작들은 지금이 아니면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9월 5일 ~ 9월 22일, 서울아트시네마
한국영상자료원 : 발굴, 복원,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 50주년 Part 2
2008년 개관한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 KOFA는 훼손되었던 과거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영화와 재회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왔다. 1974년 필름 보관소로 개관한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을 기념해 Part 1, 2로 나누어 역대 규모로 50주년을 맞이한다.
8월 20일부터 9월 24일까지 열리는 Part 2는 ‘인 메모리엄’, ‘와이더 시네마’ 2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총 28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시네마테크뿐 아니라 영상도서관, 한국영화박물관도 함께 운영 중이다. 조금 먼저 상암에 도착해 한국영화의 역사를 톺아보는 건 어떨까.
8월 20일 ~ 9월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아트나인 : 미야케 쇼 감독 특별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존재를 알린 미야케 쇼 감독은 현재 일본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아트나인에서 9월 1일부터 한 달간 그의 대표작 다섯 편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초기작 <더 콕핏>과 16mm 필름으로 담아낸 신작, <새벽의 모든>의 프리미어 상영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9월 1일 ~ 9월 30일, 아트나인
에무시네마 : 2024 별빛영화제
국내에서 가장 긴 영화제인 에무시네마의 별빛영화제. 2024년도의 별빛영화제 시즌 2가 막을 올렸다. 올해 별빛영화제의 시즌 2 테마는 ‘Sounds of Wind’.
별빛영화제는 복합문화공간에무의 루프탑에서 야외 상영으로 진행된다. 홀로 캠핑 의자에 앉아 헤드셋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가을바람이 들려오는 영화, <봄날은 간다>부터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트릴로지까지.
“계절과 사람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바람 소리에는 기억이 있어요. 만질 순 없지만, 떠올릴 순 있습니다.”
5월 16일부터 날이 추워질 때까지, 에무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