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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그녀는 시이나 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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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나링고-가수-일본

도쿄는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18살의 소녀, 그녀는 시이나 링고. 스무 살에 발표한 행복론부터 밴드 도쿄지헨을 거쳐,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확장하기까지.

시이나 유미코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 대학 시절 발레를 전공한 어머니, 어릴 적부터 집에 있던 피아노와 기타를 비롯한 각종 악기들. 그렇게 시이나 유미코는 자연스레 음악을 접했다. 그녀는 네 살에 할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이듬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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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천적인 병이 있었던 유미코는 중학생 때 수술의 후유증으로 쇄골뼈가 비대칭이 되어, 몸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이것이 서서히 악화되어 발레의 꿈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학교생활에 어울리지 못한 유미코는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평가했다. 어린 나이에 꿈이 좌절된 그녀는 결국 등교를 거부한다.

링고의 탄생

이후 학교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이나 유미코는 연극에 매료된다. 연극 음악을 제작해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유미코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한다. 시이나 링고의 시작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시이나 링고는 음악에 발을 들인다. 처음 그녀는 드럼을 맡았고, 이후 ‘마블러스 마블’에서 리드 보컬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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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등학생 밴드는 카피밴드이기에 기존에 있던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시이나 링고는 스스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다. 나아가 교외 라이브 하우스에서도 공연을 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1995년, 링고가 속해있던 마블러스 마블은 야마하 틴즈 뮤직 페스티벌에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한다. 이후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음악에 전념한다. 학교에 가는 대신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경비원 일을 하며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제5회 야마하 뮤직 퀘스트에 출전한다. 그러나 대회 관계자의 추천으로 결승전에서는 마블러스 마블이 아닌 ‘시이나 링고’로 나와 ‘여기서 키스해줘’를 부르는데, 우수상을 거머쥔 그녀는 EMI 뮤직 재팬과 계약했다.

스무 살의 시이나 링고는 첫 싱글 ‘행복론’을 발표한다. 사실 그녀는 ‘경고’ 혹은 ‘기브스’를 첫 싱글로 내길 원했지만 EMI 뮤직 재팬은 이를 반대했다. 그녀가 반대한 이유는 도덕적인 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MI 사는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그녀의 가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의 데뷔곡인 행복론이 미미한 성과를 내자, 시이나 링고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다.

가부키쵸의 여왕

시이나 링고는 두 번째 싱글로 ‘가부키쵸의 여왕’을 발매한다. 링고는 자신의 음악이 상큼하고 가벼운 시부야계 음악으로 명명되길 거부했다. 당시 쏟아지던 시부야계 유행을 비집고 들어온 시이나 링고. 그녀는 ‘가부키쵸의 여왕’으로 자신을 신주쿠계라고 선언하며 주목받는다. 가부키쵸의 여왕이라는 제목은 일본의 대표적인 유흥가,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쵸에서 따왔다.

청소년 시절 레코드 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링고가 유흥가의 스카우트 맨으로부터 ‘너라면 여왕님이 될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하지만 가사의 내용은 모두 픽션으로, 제작을 마친 시점에서도 링고는 아직 가부키쵸를 방문한 경험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키스해줘

그녀가 고등학생 때 ‘시이나 링고’로서 처음 무대에 섰던 바로 그 음악, ‘여기서 키스해줘’.

“나는 너를 결코 포기할 수 없어. 그러니까 작별 인사는 하지 말고 다시 키스해줘.”

앞서 그녀가 고집했던 음악들과는 달리 뻔한 가사로 시작한다. 흔하디흔한 사랑 노래지만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가장 친근하게 들렸던 것일까. ‘여기서 키스해줘’는 오리콘 차트 10위에 오르며 그녀는 스타로 자리 잡는다. 이는 ‘시이나 링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택이었다.

도쿄는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그녀의 1집 ‘무죄 모라토리엄’은 밀리언 셀러로 등극하며 시이나 링고를 대표하는 앨범이 된다.

“마샬의 향기에 취해버려서 큰일이야”

앨범의 타이틀곡인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의 화자는 도쿄의 커리어 우먼을 동경하지만, 현실은 19만 엔짜리 기타를 살 돈도 없는 파견 사원이다. 화려한 도쿄를 배회하는 사회인들을 그린 이 곡은 시이나 링고가 18살에 쓴 곡이다.

대칭에 집착했던 그녀

쇄골뼈의 비대칭으로 발레의 꿈을 포기했던 시이나 링고. 그녀는 대칭에 집착했고 2집 ‘승소 스트립’부터는 음반에도 대칭의 요소를 넣기 시작한다. 열세 곡의 음악 리스트 중 가운데 7번 트랙 ‘죄와 벌’을 중심으로 곡 제목과 글자 수가 대칭된다. 해당 앨범의 총 재생 시간은 55분 55초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밴드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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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나 링고는 당시 마지막 앨범 ‘링고노우타’를 끝으로 솔로 활동 중단을 발표한다. 그리고 일본 최고의 밴드 세션으로 구성된 도쿄지헨을 결성한다. 그녀는 도쿄지헨을 ‘여기만큼은 더럽히고 싶지 않은 최상의 형태’라고 일컬었다. 그녀에게 있어 밴드란 언젠가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이었던 걸까. 

“최고예요. 언제 죽어도 좋고, 뭐든지 행복해요”

– 2021년 도쿄지헨 10년 만의 앨범 ‘음악’에 관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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