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펑크스타일의 선구자, ‘가이노이드(인간형 여성 로봇)’의 상징 소라야마 하지메, 그는 ‘전설’이다.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작업한 그의 메탈릭 한 작업들은 1970년대 활동을 시작한 후로 현재까지 줄곧 사랑받아 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작품들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팬들과 일반인은 물론이고, 독보적인 작업 스타일 덕분에 패션 브랜드부터 음악 업계까지 그와 협업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 또한 아주 흥미롭지만 여기서 전부 다루지는 않고, 역대 협업 기록들을 통해 그의 위대함을 슬쩍(?) 들여다보고자 한다.
“널 체포하겠다”
자비 없는 사이보그 경찰 ‘로보캅’의 헬멧 디자인은 소라야마 하지메의 가이노이드 작업물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영화 <로보캅>이 1987년에 제작됐으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공식 협업을 통해 완성된 작업물은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서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두 괴짜의 만남’
그는 킴 존스가 이끄는 디올과도 협업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남을 가진 둘은 마음이 통했고, 함께 새로운 컬렉션 무대를 꾸미게 됐다. 디올 맨 2019 Pre-Fall 컬렉션은 소라야마 하지메의 구역인 일본에서 공개됐고, 무대는 반짝이는 가이노이드 조각상과 화려한 라이트로 꾸며졌다.
컬렉션에 포함된 제품들도 무대의 분위기와 결을 같이했다. 2050년에 입을 것 같은 미래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뤘기 때문. 기계적인 패턴이 적용된 스웨터부터 메탈릭 한 컬러와 소재로 제작된 새들백 등 사이버펑크스타일을 메인으로 완성됐다.
소라야마 하지메는 본인과 킴 존스의 만남에 대해 ‘두 괴짜의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이걸 어떻게 참을래?’
그는 아트 컬렉터뿐만 아니라 피규어 수집가들의 마음도 자주 뒤집어 놓았다. 특히 베어브릭과의 협업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는데, 도자기 장인 쿠타니까지 합세해서 완성한 400% 사이즈의 도자기 베어브릭은 4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소비욕을 자극했다.‘루이스 해밀턴을 위한 헬멧’
그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 소속 선수인 루이스 해밀턴을 위한 헬멧도 제작했다. 역시나 메탈릭 한 실버 컬러로 제작됐고, 상징적인 디테일이 고스란히 적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경주를 시작하면 가로로 쭉 뻗은 눈에 라이트가 들어오도록 특수 제작되어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소라야마 하지메의 경주용 헬멧은 장식이 아니다. 실제 경주를 위해 제작됐으며 현시점 최고의 F1 라이더인 루이스 해밀턴은 직접 이 헬멧을 착용하고 경주에 나서고 있다. ‘헬로 위켄드’
더 위켄드와 소라야마 하지메는 다양한 작업을 함께했다. 그는 위켄드의 앨범 커버부터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지난 6월에 공개된 더 위켄드의 월드 투어를 위한 초대형 조각상은 그 크기만큼 거대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관객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더 위켄드는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중요시했고, 소라야마 하지메의 임팩트 있는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큰 영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발전되어 협업으로 이어졌고, 역대급 규모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다 들어와’
아직 한참 남았다. 미즈노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스니커즈, 준지와의 협업 컬렉션, 스텔라 매카트니의 컬렉션부터 케이스티파이 협업 케이스 등 전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많은 작업이 있지만, 모든 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으니, ‘사이버 펑크’와 ‘메탈릭’이다. 옷과 신발, 핸드폰 케이스, 조각상과 그림 등 소라야마 하지메가 참여한 모든 작품은 반짝이는 메탈릭 소재와 미래적인 사이버 펑크스타일로 제작됐다.“당신이 메트로폴리스의 원작자야?”
지난주, 소라야마 하지메가 뉴스 기사에 등장했다. “뭐지? 새로운 협업 소식인가?”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클릭했다. 하지만 기사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그가 톱가수 비욘세를 저격한 것!
그는 ‘르네상스 투어’에서 비욘세가 착용했던 의상이 본인의 작품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비욘세, 당신은 위켄드처럼 당신을 위해 훨씬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디자인 사용을 요청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당히 선제공격을 날린 것이 무색하게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신이 메트로폴리스의 원작자야?”, “2007년에도 했던 퍼포먼스입니다”라며 도리어 그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분명 천재다’
그에게 엉뚱한 면이 있는 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럼에도 그는 틀림없는 천재다. 컴퓨터 그래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붓과 페인트 만으로 완벽한 금속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 같은 반짝이는 금속 로봇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역시 본받을 점이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지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명 그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손길이 묻어있는 작업물은 계속 공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텔라 매카트니와의 협업으로 유니섹스 리미티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오직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차갑지만 감정이 느껴지는 금속 로봇의 가치를 느껴보고 싶다면 작품을 구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