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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내가 누구인 줄 알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아카데미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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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을 하셨던 분이 우리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이다.


마틴-스코세이지-감독

그렇다, 그는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명감독이다.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이리시맨>, <플라워 킬링 문> 등 그의 작품은 전부 마스터피스.

1942년에 태어난 마틴 스코세이지의 나이는 81세, 그는 1960년대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6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28개의 장편 영화와 17개의 다큐멘터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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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 글을 통해 그의 인생을 다룰 생각은 없다. 거장답게 너무 잘 정리된 글이 많고, 전부를 다루기엔 논문 급으로 장문의 원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필자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의 ‘악연’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평론과 대중 모두가 그의 수상을 점쳤음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대에게 트로피를 빼앗긴 경우가 많기 때문. 지금부터 큰 충격을 안겨줬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어이없는 선택들을 되짚어보자.

마틴-스코세이지-감독

100년이 지나도 회자될 역작

<택시 드라이버>,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 이상은 관람했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대표작이다. 영화에 관심이 없어도 제목은 들어봤을 것.(모히칸 머리를 한 로버트 드 니로의 사진은 분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품은 1976년에 개봉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스토리와 영상미를 가졌다. 또, 스토리에는 미국의 전쟁, 그로 인해 남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녹여냈다. 강하고 영웅적인 남성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던 영화계에 지질하고 폭력적인 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아무리 미국이어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사건.

<택시 드라이버>는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그를 지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오스카는 누구에게로 돌아갔는가. 수상의 영예를 받은 건 다름 아닌 존 아빌드센 감독의 <록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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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록키> 또한 훌륭한 작품,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와 비교한다면? 작품성 측면에서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택시 드라이버>가 그 어떤 후보에도 지목되지 못했다는 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아카데미와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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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울어’

마틴 스코세이지의 대표작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분노의 주먹> 조차 감독상 수상에 실패했다. 1981년 작품인 <분노의 주먹>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는 다시 만났다. 그의 연기는 훌륭했고, 감독의 연출과 영상미, 스토리의 흐름 역시 완벽했다. 오스카 수상은 당연해 보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분노의 주먹>은 무려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택시 드라이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마틴-스코세이지-감독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최우수 감독상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아닌,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 사람들>이 가져갔다. 아카데미의 선택은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기 때문. <보통 사람들>은 그 어떤 평단과 언론도 주목하지 않고 있던 작품이었다. 반대로 <분노의 주먹>은 당시에도 화제작이었으며 호평이 쏟아지고 있었다.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던 오스카를 눈앞에서 놓친 마틴 스코세이지, 당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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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

그의 질주는 아카데미의 어이없는 선택에도 계속 이어졌다. 1990년에 개봉한 미국 마피아들의 삶을 그린 영화 <좋은 친구들>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대 범죄 영화 2위에 오를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무려 6개 부문에서 아카데미 후보로 선정됐는데, 작품상과 편집상, 의상상, 각색상까지 수상했으나 이번에도 마틴 스코세이지는 최우수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그는 데이비드 린 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들>을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케빈 코스트너 감독의 1990년 작품 <늑대와 춤을>이다. 음, 따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붙이지는 않겠다.

잠깐만, 줘도 이 작품으로 준다고?

하지만 결국 아카데미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역사에 기록될 작품들을 쏟아내는데, 어떻게 단 한 번도 감독상을 쥐여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아카데미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작품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끝까지 문제가 있었으니. 숱한 대작들을 제쳐두고 2006년 작품 <디파티드>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역시 어이없었는지 시상식 당시에 두 팔을 허공으로 벌리며 웃어 보였다.

이외에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플라워 킬링 문>, <휴고>, <아이리시맨> 등의 작품들이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됐지만, 감독상을 수상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성공하지 못한 감독이 되는건 아니다. 오스카의 반짝이는 트로피가 성공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명작들은 넘쳐난다.

당시에는 허탈, 혹은 분노의 감정을 느꼈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을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면, 지금 바로 시간을 내서 관람해보자. 새로운 충격과 그의 눈부신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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